2015/글
값
김나무_
2015. 3. 5. 05:08
무릇이라는 식물이 있다. 무릇은 무렵같기도 하고 문득 같기도 하고 무르익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시간은 다섯시부터 두시까지 분당 백원에 저당잡혀 있다. 공백, 단조로운 작업. 들꽃의 이름들은 들꽃답다. 옛스럽기도 하고 애기똥같기도 하다. 더럽고 향기롭다.
네시에는 절간의 종, 다섯시에는 손목에 알람이다. 자시의 귀신은 값진 것을 들고 달아난다.
청소중에 손이 찝혀 핏망울이 졌는데 꼭 개미핥기의 눈이다. 오늘은 날이 춥고 잠깐 눈이 내렸다. 오래 걸음 때문에 술이 늘었다. 어제도 한병 오늘도 한병.
나이가 많다고 인생에 대해 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팔린 시간들은 돈이 되어 돌아온다. 돈은 먹을 것으로 바뀐다. 시간은 피가 되고 살이된다. 성체식의 포도주와 같다.
나는 목소리를 바꾸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음식을 나르고 가끔 웃고 농담을 던지고 능청을 떨고 가글을 하고 컵을 닦고 치즈를 올리고 술잔을 나르고 쏘스를 붇고 걸레질을 하고-에스키모인은 빙판위에 몇시간이고 죽은듯 서있을 수 있는데, 움직이면 구멍 아래 먹을 것들이 달아나기 때문이다. 시간은 피이고 살이니 결국 우로보로스마냥 제 꼬리를, 살점을 뜯는셈이다-수저를 준비하고 술을 채운다.
천삼백원 어치의 글을 썼다. 단가가 꽤 나가는 편이다.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