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무_ 2015. 5. 29. 05:17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잉태한 증오는 핏줄을 타고

이십칠년짜리 풀리지 않는 매듭으로 묶여 있다


단칼에 자르기엔 이 몸 아직 무뎌

수계를 앞둔 동자승 마냥 칼을 가는데

내가 자를 것이 매듭인지

무거운 눈꺼풀인지

마른 터에서 잡힌 물고기의 내장인지

아직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벽을 마주할까

핏줄로 지도를 그려볼까

아니면 성호를 몇번 긋고

옴마니반메훔


얼마나 많은 아버지와

얼마나 많은 어머니를

죽이고 나서야

매듭이, 증오가 풀릴까


강아 바다야 산아

너희들은 검고도 깊구나

반만년의 매듭을 꽁꽁 감추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