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글
일상
김나무_
2015. 11. 15. 13:18
세필붓이 필요했는데 다이소에서 적당한 것들을 발견했다. 에이포용지, 욕실의자, 빨아 쓰는 키친타올, 붓을 샀다. 비가 그쳤다.
폴아웃4 플레이를 보고, 나오는 개를 그렸다. 붓은 쓸만하다. 자기전에 귀마개를 찾고-한 쪽은 늘 어디론가 사라져 있다-고쳐 누우면 어떤 것들아 잠을 방해한다. 그러면 일어나서 그림을 그리거나 덮거나 한다. 그리는 것과 지우는 것은 별 다른 차이가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가 내뱉은 많은 말들도 많이, 사라졌을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자살 테러가 있었다. 광화문에서는 시위가 있었다.
나의 시간은 완만한 곡선을 그려서, 제 꼬리를 먹는 뱀이다. 내 앞에는 내가 있다. 나는 내 뒷꽁무니를 쫓는데 그것은 내가 잃어버린 내 얼굴이다. 낯설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나뭇잎이다.
isis는 많은 아이들을 죽였다. 집단에 대한 의문. 아무개로, 개별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덩어리, 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사람을 죽이고 개념을 창조하는 집단들. 그것들 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잃는다. 마땅히 책임을 전가할만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얼굴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민족에 대한 고정관념에 가까운 이미지와 다음날이면 세제 상표에 들어가도 상관이 없을법한 약어는 공허하기 때문이다. 집단은 가장 인간적인 것들을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행하지만 동시에 자유롭다. 개별적인 인간이 아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