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홍대 거리의 사람들

김나무_ 2015. 12. 22. 00:22


포장마차, 종이에 수채, 3절



문에 비친 거리, 종이에 수채, 3절


홍대에 놀러갔다. 약속까지는 시간이 남아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중에 몇개를 보고 그렸다. 위는 포장마차의 빨간색이 좋고-카드뮴 레드 딥!-, 아래 그림은 구도가 마음에 든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 두루치기에 밥을 먹고 형네 가서 하룻 밤 신세를 졌다. 떠날 때에 들고 간 그림을 놓고 왔다. 그림을 그리고 가장 좋은 건, 선물을 줄게 많이 생긴 거다. 아끼는 그림이었지만, 그래서 줬다. 학교를 다닐때는 바로 옆에 집이 있고, 만날 사람들이 있는데 떠나니 사람들이 없다.

내가 대학을 다니며 사귄 친구라봐야 손가락으로 꼽는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더이상 홍대에 갈 일도 없다. 나는 대체적으로 소란스러운 걸 싫어하지만, 밤 늦게 걱정없이 걷고 싶을 때 홍대만한 곳도 없다. 거긴 밤에 불이 항상 켜있으니까. 사람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학교에서 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한강이 나오고 빨간 성산대교가 나온다. 강둑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기도, 걷기도 했다. 나는 지하철역 너머쪽 연남동에 자취했는데 그 쪽은 낡은 연립빌라들이 많았다. 홍대 앞에서 쫓겨나온 작은 술집들도 많았다. 나는 돈이 없어서 싼데만 갔다. 다행인건 내가 술이 정말 약해서 취하는데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거다. 

콘크리트를 대충 발라 느낌을 낸 작은 술집-인디 술집이라 해야하나?-에서 플라스틱컵에 맥주를 따라 마시고 늘어선 옷가게를 따라 많이 걸어다녔다. 

카페에서 알바도 해보고-손님 없는 시간에 기타치다가 짤렸다- 놀이터에서 버스킹도 하고 작업실 구석에서 기타 앰프 위에 앉아 둥당거리기도 하고.

신촌가는 길목에 있는 헌책방. 내가 사랑하는 오래 된 책 냄새. 재수를 하던 고시원.

지금은 사라진 기찻길과, 홍대와는 분위기가 다른 신촌. 신촌역에서 나올때에는 지상으로 올라가기전 마트에서 빵을 파는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는 항상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잔뜩 있었다. 나는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한 두번 사먹었나.


오랜만에 갔을 때와, 지금 이 그림을 볼 때 또 느낌이 다르다. 추억이 있는 곳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