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글

흐흐

김나무_ 2015. 12. 25. 05:09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건 즐겁다. 대부분의 경우 삼십분정도면 그에 대해 무관심해지지만. 최근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나에게도 정말 책을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다. 문자 그대로의 책. 

나는 정말 한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똥쌀때도 밥먹을때도. 심지어 걸어다니면서도. 지금은 스마트폰이 있지만 옛날에는 피디에이가 있어서 그걸로도 책을 많이 봤다. 하지만 역시 책은 두껍고, 손에 턱 잡히는 그런 책이 좋다. 

대학에 막 들어가고 알바를 할 때 나는 늘 점심을 혼자 먹었다. 혼자 하는 것이 익숙하고, 혼자 있으면 책이나 미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한 돈까스집에 꽂혀서 일주일에 다섯번 정도를 그 집에 갔다. 거기는 요일별로 다른 돈까스가 나오는데 막 튀긴 신선한 튀김과, 무한정주는 샐러드, 무한정주는 밥이 마음에 들었다. 가격도 4000원으로 적당했다.

아무튼 일보는 아줌마 눈에도 익을 정도로 자주가서, 나는 인사를 하고 구석탱이에 앉아서 돈까스를 기다렸다. 그리고 책을 봤다. 책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이었다. 양철북처럼 쉴 새 없이 떠드는 꼬맹이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중간쯤을 펼쳐서 읽었다. 밥을 먹으면서 읽었다. 그리고 울었다.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아줌마가 이상하게 봤다.

하지만 돈까스는 맛있어서 나는 계속 밥을 먹으면서 울었다. 밥을 먹어야 가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울면서도 밥은 맛있었다. 나는 정말 밥을 좋아한다. 두그릇을 먹고, 잘먹었습니다, 하고 나갔다. 

그때는 좋은 책 한권이 다른 어떤 것 보다 좋을 때였다. 나이를 먹으며 아쉬운건 좋은 책이 사라지는 거다. 성에 차는 책을 찾기가 힘들다. 그거 빼고는 괜찮다. 나이 먹는 것도. 꼰대가 되는 내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다. 왜냐면 꼰대가 되면 꼰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흐흐.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좋다. 사랑의 대상은 어떤 것이든 상관 없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나도 가슴이 뛰고 궁금한 게 생긴다. 사람은 책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