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묘사
구석의 개
김나무_
2015. 12. 29. 16:37
밤에는 소설은 쓰면 안되겠다. 밤에는 감정변화가 너무 심해서 병신같은 글을 쓰고 나면 한없이 우울하다. 일어나면 괜찮다. 뜨거운 밥을 먹고 뼛속까지 추운 거리를 뛰면 된다. 이런 내 태도는 익히 잘 알고 있다. 너무 잘 아는데 글을 쓰는 도중에는 시간이 증발해서 밤이 오는 걸 깨닫지 못한다. 밤이 오고 글을 완성하고 피로와 굶주림 약간의 위안. 등받이에 체중을 싣는 지친 털.
구석의 개
목줄이 매인 유배는 달아나지 못할
둘레 삼메다의 짜부라진 원.
오가는 이 없는 어둠 안 주둥이는
밤새 싼 똥덩이에 엉겨 우울고
배설 속 움튼 고독을 헤집는데
움진 물 위로 독이 오른 입.
온 몸에 악취를 바르고
아무도 오지 않는 원주를 비잉-
글 속 굶주림으로 가없는 시간을 따라 영영 도는 눈. 감은
사이 일궤를 따라 웅덩이, 비썩, 마른, 갈빗대,
사이 불린 제 이름에 화들짝 깨 눈칫밥을 훔치는 눈.
하늘아래 백열의 원, 눈을 찌푸리며
연체된 목줄로 삼메다의 원주를 짖는 애는
글줄의 열기에 목매여
도로 뜨인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