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인지는 모르지만 글을 쓸수 있게 되었다. 홀로 몇줌의 볕을 쬐었고, 많은 원을 그렸다. 십년이 흘렀다. 나는 몇명의 사람을 만났고 몇명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떠나간 사람들도 있었다. 아무튼 나는 이제 글을 쓸 수 있다.
그런데 차라리 글을 쓸 수 없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결국 나는 내 현실을 본 것인데, 세상에는 알지 못하면 좋은 것들이 있다. 적당히 아는 게 좋을 때가 있다. 늙어 죽어가는 사람에게 말기암은 너무 가혹한 소식이다. 하지만 천형이고 업보다. 메고 가야지.
담담하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두렵지도 떨리지도 않다. 상처는 의외로 쉽게 낫지 않는다. 표현될 글은 이미 표현되어 있다. 결국 내가 하는 일은 먼지를 털어내는 것뿐이다.
내일은 비가 종일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