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개 악어는 이빨 코끼리는 상아 돼지는 코 고양이는 수염
내 안에 성을 지었는데 으리으리하고 검은게 꼭
붕새의 부리를 닮아서
처음에는 마냥 좋았다가 며칠 지나니까
그 안에 살고 싶지는 않더라
그래서 옆에 나와 잔디밭의 푸름에 누워
길손을 붙들고 이런저런 넋두리를 하다가
그들도 나와같이 어미의 배를 가르고 나왔구나
나는 엄마 나는 아빠 나는 책 나는 단어 나는 그림
나는 성을 지었는데
보시기에 좋았더라,
사시기엔 나쁘더라,
깜깜한 밤에 잔디의 푸름을 마시고
홀로 삼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