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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4

아픈 날

 오늘은 아직 아프다. 콧물이 계속 나와 휴지로 풀기도 하고 먹기도 했다. 어디가 잘못된건지는 잘 모르겠다. 머리가 조금 무겁고 코밑이 따겁다. 머리 회전이 잘 안되고 쓰고 싶었던 문장은 이게 아닌데 엉뚱한 문장을 쓰고 있다.
 나는 요즘 혼자 있다. 방학이고 알바를 하지 않는다. 그림은 너무 추워서 그리지 않는다. 손가락을 움직여서 키보드를 친다. 오늘따리 액정에 붙어있는 먼지들이 보이지만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가끔 친구들을 보긴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그냥 나 혼자서 방 안에 있는다. 방은 자취방이기도 하고 도서관이기도 하고 어디든 내가 가는 곳을 따라온다. 나는 그냥 있다.
 없기도 하다. 없는 것은 보는 것들. 요새는 보는 것이 떨어졌다. 학기중에는 그림을 보고 사람을 보고 사우스파크를 봤다. 지금은 보는 게 없어져서 조금 심심하다. 보고 싶지 않기도 하다.
 내가 쓰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닌데. 혼자 있으면 나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고 말하고 싶었다.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할 때의 나와 혼자 있을 때의 나는 다르게 느껴진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다르게 느껴지는-미친건가?- 것과 비슷하다. 발이 많은 지네는 걸을 때 발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결국에 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밤에 자기 직전이면 어떤 느낌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것은 심상과 같이 찾아 온다. 뒤죽박죽 뒤엉킨 어렴풋한 상이 떠오르고 그것을 볼 때면 나의 몸은 어떤 감각을 기억해 내려고 한다. 몸의 감각이다. 어떤 노래의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처럼 그 몸의 감각 언젠가 느껴본적 있는 그 감각이 떠오를듯 말듯 하다. 좋은 기분은 아니다.
 그것과 별개 혹은 연결되어 있을수 있는 내 자신에 대한 관찰. 꽉 뭉쳐져있고 꾸불꾸불한 덩어리 같은 것 겉은 건조하다. 그런 상을 보았다.
 나는 진실이나 진리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진 적은 없지만, 진실성은 늘 동경했다. 문학은 진실성에서 비롯한다고 믿었다. 믿고 싶었다. 믿음. 말장난 같은 것인가. 나는 언제나 솔직하고 싶었는데 솔직함은 좀 혼란스럽다. 나는 혼란스러우니까 나는 혼란스러운게 솔직한가. 그러면 그건 좀 미친거 아닌가.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슈우우웅-
 끊임없이 콧물이 나오는데, 감기에 걸리면 콧물을 분비하는 내분비계 기관이 새로 생기는 게 틀림없다. 콧물의 연금술은 몸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액체-대기중에 분포하는 희미한 수분마저도-를 콧물로 바꿔버리는 놀라운 힘이 있습니다. 네, 현자의 돌이지요. 콧물은 누렇고 끈적끈적한게 금덩이랑 비슷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콜라를 포기할 수는 없지. 내가 지나봐라.
 졌다. 나는 율무차를 뽑았다. 화장지도 잔뜩 뽑았다. 조금 춥다. 집에 돌아갈 생각하니 막막하다.
 내 머릿 속에 있는 나를 향해 끊임없이 명령하는 누군가에게, 시끄럽다. 문학에 대해 미술에 대해 삶의 태도에 대해 인간관에 대해 도덕에 대해 이사람 저사람에 대해 음악에 대해 금연에 대해 엄마와 아빠와 동생에 대해 더러운 것에 대해 폭력에 대해 습관과 규칙에 대해 가짜와 진짜에 대해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해 부끄러운 것에 대해 치열한 것에 대해 시선에 대해 어제에 대해 오늘에 대해 내일에 대해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나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내가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 나를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 머리와 얼굴과 몸에 대해 영화와 노래와 목소리와 기타와 재능과 기준에 대해 평가하는 사람들에 대해 평가받는 사람들에 대해 완결과 지속에 대해 꾸준함에 대해 아침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것에 대해 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시간에 대해 연락해도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 노약자를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 철없는 것을 구분하는 말투에 대해 목소리에 대해 장난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과 무례함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에 대해 선의 안과 밖에 대해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의심을 부추기는 행동들에 대해 무시에 대해 청결과 청소에 대해 반복적인 의미없는 행동들에 대해 겉멋에 대해 멋에 대해 자신있는 것과 자신 없는 것에 대해 배설과 섭취에 대해 욕구와 욕망에 대해 의미없는 이미지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자신에 대해 비웃음에 대해 계급과 계층과 정치와 사회와 이슈와 대한민국과 민족과 역사와 나라와 대외관계와 성공과 북한과 빨갱이와 보수꼴통과 좌우와 앞뒤와 신호등과 동정하는 것들에 대해 기독교와 불교와 힌두교와 증산도와 통일교와 대순진리회와 채널링을 하는 뉴에이지 사람들과 히피들과 약쟁이와 방황하는 청소년들과 생각없음과 성매매와 범죄와 경찰과 사형제도와 법제도와 사회구조와 대기업과 중소기업과 구멍가게와 거스름돈 몇푼과 콜라와 소주와 맥주와 밤과 낮과 불빛과 노인과 어린이와 신춘문예와 수상과 노벨상과 잡지에 실린 사진과 사진을 찍는 사람과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기타를 치는 사람과 피아노를 치는 사람과 걸어가는 사람과 누워있는 사람과 병들어있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과 죽고 싶어하는 사람과 꿈이 있는 사람과 희망이 있는 사람 말을 타는 사람 소들과 양들과 구름이 멋진 파란 하늘과 노을 질때의 풍경과 나무와 펜타토닉 스케일과 계명창과 번듯함과 휴대폰과 문자메시지와 매너모드와 지하철과 창밖과 자전거와 스쿠터와 신호를 지켜야지 노인을 공경해야지 수많은 기대들과 보답하고 싶은 마음들과 사라지고 싶은 마음과 매번 반복되어 돌아오는 생각들과 이따금 생겨나는 생각들과 우정과 의리와 정의와 답을 내리는 것과 의문을 제기하는 것과 앉았다 일어나는 것에 대해 몸을 펴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명령하는 내 머릿 속의 누군가는 조용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