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조금씩 는다. 는다기보다는 길이 트인다고 해야하나. 강도 처음에는 빗줄기였을 것이다. 우연히 흐른 빗물들이 모여서 급류가 되고 엉킨 풀 사이에 길을 낸다. 몇번 계절이 바뀌는 동안 어떤 것들은 다시 풀로 덮이고 어떤 것들은 깊게 패인다. 그러다가 마침내 작은 시냇물로, 강으로. 작게 보면 없던게 생기는 것 같지만 크게 보면 결국 있던것의 변화다. 내 안의 것을 끌어다 쓴다. 그러다보니 자꾸 나를 보게된다. 좋기도 하고 안좋기도 하다. 좋은 점은 나다워진다는 거고 안좋은 점도 나다워진다는 거지. 나답다는거, 내 시선, 내 관심, 기준이 생기고 습관이 생기고. 하루는 빨리 가는데 변화는 아주 천천히 조금씩 일어난다. 좀 더 차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되고, 좀 더 나다워진다.
2015/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