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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4

4.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릎을 굽혔다.

 쿄코는 목 언저리에 물이 닿자 정신이 든 듯 남자를 쳐다보았고 남자는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짙은 남색의 청소부는 우람한 덩치에 작업복이 작아보였다. 그는 푸른 타일벽에 있는 창고에서 청소기를 꺼냈다. 봉의 끝에는 흰색의 원형 솔이 달려 있다. 청소부는 청소기를 등에 매고 스위치를 켰다. 모터소리와 전동칫솔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둘은 고개만 빼곰히 내민 채 청소부의 동태를 살폈는데 청소부는 콧노래를 흥얼거릴 뿐 그 이외에 다른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는 의심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청소부는 굉장히 느린 춤을 추는 것처럼 천천히 스텝을 밟으며 솔을 움직였다. 쿄코는 그것을 보며 어렸을 적 했던 인형놀이를 떠올렸다. 쿄코는 많은 인형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 인형과 오랫동안 노는 법이 없었다. 인형을 데리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다가 노래가 끝나면 인형에서 느껴지던 생기가 사라져버린 것 같아 실증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를 부르는 인형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쿄코는 금세 다른 인형을 집었다. 그러면 다시 노래는 시작 되고 쿄코는 또 한번 춤을 추었다.

청소부는 거의 곧장 쿄코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으나 그의 태도에 변화는 없었다. 그는 마치 땅에 그려진 선을 따라 가는 듯 솔 끝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남자는 청소부가 등을 돌리고 있는 틈을 타 쿄코의 손목을 잡고 풀의 반대편으로 슬며시 이동했다. 그리고 조용히 올라가서 쿄코에게 손을 내밀었다. 쿄코 또한 조심히 올라갔는데 그 때 쿄코의 시선은 청소부의 엉덩이에 꽂혀 있었다. 둥근 박 같은 엉덩이가 박자를 따라 씰룩이고 있었다. 쿄코는 참을 수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청소부의 완전한 세계에 야구공 하나가 날아들어 유리창을 산산조각 냈다. 청소부는 청소기를 끄고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았는데 쿄코와 남자는 달리고 있었다. 쿄코의 긴 갈색 머리가 물에 젖어 무겁게 흔들렸다.

청소부는 그들이 계단으로 달려가는 것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청소기를 켰다. 그리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박자에 맞춰 엉덩이를 씰룩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