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1, 종이에 아크릴 채색
밤... 종이에 아크릴 채색
밤13, 종이에 아크릴 채색
밤..., 종이에 아크릴 채색
나는 좀더 기초를 쌓아야겠다고 생각 했다. 처음에는 학교 작업실 한켠에 정물대를 만들고 그릇이며 정물들을 몇개 올려서 그리다가 재미가 없어서 나가서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는 여름이어서 선선했고 나는 정말로 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림까지 그린다. 한 여름밤의 그림!
커다란 종이컵 몇개에 물감들을 짜넣고 붓 몇개와 휴대용이젤, 화판에는 앞뒤로 종이를 붙여두고(한장은 망할 수 있으니까!) 나갔다. 내 인생 최초의 사생이었다. 만약 어렸을적부터 그림을 그렸다면 사생대회니 뭐니해서 경험이 있었을테지만 내가 그림을 그린건 바글바글한 학원의 구석탱이가 전부였다.
내가 다닌 학교는 캠퍼스가 정말 작고 나가자마자 번화가에 밤이 되면 도리어 행인이 많아지는 특성 때문에 학교 밖으로 나가서 그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학교에 조성된, 숲이라기엔 민망한 화단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
밤은 고요와 적막과 거리의 아련한 소음, 어둠, 모기들로 가득했다.
모기!
첫날은 어찌저찌 보내고 다음날부터는 벌레퇴치 스프레이-시큼한 향이나는-를 뿌리고 그림을 그렸다. 가끔 학교에 놀러온 사람들이 구경을 하기도 하고, 집에 가는 친구들이 옆에서 같이 그리기도 하고 그랬다. 열세번째 밤에는 경비아저씨도 만났다. 한달 정도를 그렇게 밤을 그렸다.
노란 호스(낮2), 종이에 아크릴 채색
*낮은 뽀너스. 낮에는 별로 나가서 그리지 않았다.